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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구조로 보는 영화 괴물

리프 스토리 발행일 : 2023-03-26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

주한미군이 버린 액체

미국을 상장하는 캐릭터

미스터 킴, 나는 먼지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요주한미군 용산기지 영안소 부소장인 더글라스의 말로 영화가 시작된다.

선반 위를 손바닥으로 쓸어내고 먼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청소를 하라고 지시하면 되는 것이고 군무원 김 씨는 청소하려고 하자 정확하게 말하면 먼지 낀 포름알데히드라고 강조까지 한다. 손가락으로 먼지 낀 포름 알데히드 윗부분을 동그랗게 따라 그린다. 더글라스는 병에 담긴 시체 방부 처리용 포름알데히드를 하수구에 그냥 쏟아버리라고 한다. 김 씨는 독극물 규정 이야기를 하지만 맥팔란드는 말을 끊고 그냥 하수구에 다 부으라고 명령하자 김 씨는 한강으로 들어갈 거라고 우려하지만 더글라스는 한강은 무척 크다고 한다. 방독면을 쓴 김 씨는 포름알데히드를 한 병 한 병 수채구멍에 따라 붓고 있다. 처리를 끝낸 포름알데히드 병들이 먼지가 쌓인 모습 그대로 줄지어 늘어서 있고 그 모습은 흘러가는 한강 물과 오버랩되어 하나가 된다.

 

더글라스는 먼지라는 핑계로 범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상관이라는 직권남용을 하여 김 씨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트집 잡아 포름알데히드를 처리하는 핑곗거리로 사용한다. 단시 첫 번째 에피소드는 괴물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암시하는 괴수 장르의 특유의 설명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안에서 전시작전권 통제권을 주한미군 사령관이 갖고 있는 특수하고 비정상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이상한 상황까지 담고 있다. 작전권도 없는 나라가 자주 국가인가라는 물음과 자주국방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며 맥팔란드와 김 씨의 관계로 미국과 한국이라는 나라의 관계를 잘 표현해 주었다. 200029일 용산 미 8군 기지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무단 방류 사건이 일어나고 20년이 지난 2020년 현시점에서도 달라진 건 없다.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기준치를 넘어선 주한미군 기지들이 넘쳐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 EPAEPA 및 한국 정부의 과불화 화합물 기준치는 70 ppt, 미국의 환경단체 황경위킹그룹 EWG은 EWG 1 ppt1 ppt가 적절한 기준치라고 권고하였다.

경북 칠곡 캠프 캐럴 76~1066
대구 캠프 워커 91~789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 171~466
의정부 캠프 스탠리 80~1061
군산 공군기지 55~85

실제사건 뉴스2

수치를 보면 5곳에서 오염 실태가 드러나고 있으며 인체 내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고 잔류, 축적돼 악영향을 미치는 탓에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고 불린다. 현재까지 드러난 인체 악영향은 주로 생식기능 저하와 암 발생 등에 집중돼 있다.

독극물 방류

20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점이 슬프게 다가온다. 그리고 더 슬픈 것은 야경국가 수준의 사회질서 시스템이다괴물이 난동을 부려서 인명피해가 속출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백주 대낮에 괴물의 모습을 또렷이 목격했다면 경찰력이나 군사력으로 처리하면 되는데 괴물의 난동을 보면서도 엉뚱하게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일에만 전력을 기울이고 강두 가족은 아무런 도움이나 보호를 못 받고 직접 괴물을 처치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사람들이 수십 명 죽어나가는 것쯤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 무언가 하는척하면서 뒤에서 알 수 없는 것들을 숨기는 제스처로 보이거나 무능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괴물의 영어 이름이 다르다?

외국개봉 포스터

제목이 괴물이니깐 영어로는 "monster" 표기되어야 하는데 "the host"라고 표기되었으니 이상하다. "the host"란 바로 숙주를 뜻하며 영화 "에일리언"에서 보시면 숙주를 "host"라고 발음하며 또 숙주란 기생을 당하고 있는 생명체를 뜻한다. 괴물이 공격을 당해서 일부가 떨어져 나갈 때 평범한 물고기 한 마리가 떨어져 나간 것을 볼 수 있는데 환경오염이 자연을 얼마나 파괴하고 숙주를 만들고 괴물까지 만들어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괴물은 애초에 어린 물고기였다.

국가와 가족의 관계 그리고 군중들

전광판 뉴스를 보는 군중들

공격 대상이 둘이라고 생각하면 국가 혹은 권력자들은 숙주와 싸우고 강두 가족은 괴물에 대항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과 국가 혹은 권력자들의 시선 차이에서 괴리감이 오는 것이다. 당연히 국가는 원인부터 파악해서 처리해야 하는 확산 방지의 이념이 크고 개인 혹은 가족은 현서를 집어삼켰기 때문에 현실에서 바로 피부에 와닿는 고통이 크게 작용한다 즉 서민에게 오는 물리적 해악은 확실히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체험된다. 영화 안에서 국가는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은 적이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피해의 치유나 회복 구출이 아니라 싸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어떤 효과인 것이다.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믿지 않았지만 믿기 위해서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뉴스를 가짜 뉴스(Fake News), 틀 짓기 저널리즘(framing journalism) 보이는 것까지도 조작할 수 있는 시대로 변해버렸다. 최일구 앵커가 나와서 도널드 하사를 영웅처럼 보도하고 슬픈 일 이라며 애도를 하는데 이제 보이는 것도 의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에이전트 옐로우를 첨단 시스템으로 묘사하는데 안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옥외 뉴스를 보며 군중들은 남일인 것처럼 바라보기만 한다.

에이전트 옐로우 시스템

그 군중 속 한 중년 직장인이 기침을 하며 주변 사람들은 남일이라고 생각하고 피하기만 하는데 그 남자가 뱉은 가래침이 지나가는 차에 튀는 순간 그때 서야 남일이 아닌 자기 일이 되어 반응하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 혹은 타인의 고통이 자신의 일이 되는 순간에 사회의 보이지 않는 구조와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성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포는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모두라고 할 수 있다. 미군의 행태, 괴물, 숙주, 바이러스, 권력층의 거짓말, 가짜 뉴스, 사회의 보이지 않는 구조의 압박감, 인간의 본성, 정부의 무능함 등등..  모두 불확실하고 그렇기 때문에 공포로 다가온다.

아버지의 사랑

긴 쇠파이프는 남근을 상징한다.

그 안에서 강두는 아버지의 존재로 현서를 지켜내야만 했다. 처음 무능하고 한강둔치 매점에서 잠만 자고 있는 염색한 나날이 아빠 하지만 자다가도 현서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는 딸바보 강두 그런 바보 같던 사람이 고통 속에 성장하여 꽤 많은 양의 마취제를 투여하고도 웬만해서는 마비가 되지 않는 인간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보여주며 제대로 배우지 못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지만 미국인 의사와 한국인 의사가 나누는 그 길고 전문적인 영어 속에 자신이 알아들어야 할 단 두 마디 노 바이러스라는 말을 정확하게 집어낸다. 긴 쇠 파이프 하나로 또 아버지라는 이름 하나로 영웅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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