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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여행하는 영화 소피의 세계

리프 스토리 발행일 : 2023-03-25

소피의 세계로 들어가며

47회 서울독립영화제가 막이 올라가고 영화를 고르려던 찰나 소피의 세계라는 제목이 내 눈에 아른거렸다. 소피의 세계라니! 이 제목은 그 유명한 철학 책 같은 소절 아니 소설 같은 철학 책이 아닌가! 서양철학의 3천 년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풀어가는 내용이다. 원작인 소설에서는 마을에 살고 있는 14살 소피가 의문의 편지를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고 영화에서는 여성 외국인 소피가 어느 부부의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고 그 소피가 집에서 지냈던 나흘간의 시간을 수영과 종구가 처했던 일들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풀어낸 일들과 소피가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들을 2년 후에 수영이 소피의 블로그를 보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것은 액자식 구성이라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내 생각에 아마도 이런 구성을 오마주한 거 같다. 소피의 세계는 평범한 일상을 여행처럼 보내는 소피가 수영과 종구 그리고 스쳐가는 인물들을 담아낸 이야기이다. 소피는 외국인 여인으로 필리핀에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에 왜 잠깐 한국방문한다. 그런데 왜 들른 건지 이해가 안 갔다. 한류나 BTS 팬이 아닌 소피는 그저 목적성 없이 온 이방인처럼 보였다. 그러다 뜬금없이 책방을 찾더니 지나가는 다른 사람을 예전에 알고 있던 한국 남자와 착각하고 그 남자를 계속 찾아가는데 왜 찾아가는지는 결말에서도 알 수 없다. 스토리의 연결성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K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

소피는 동양인 여성과도 만남을 가진다. 그런데 주변 한국에 오는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말을 그래도 어느 정도까지 한다. 기본적인 의사 표현은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90년대와 2000년대와 다른 현시점의 한국의 위치이다. 그 나라의 GDP와 문화 수준에 따라서 국격이 상승하는데 지금의 한국은 예전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 왜냐하면 앞에서 말한 한류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 한국인 친구까지 있었던 소피의 한국말 수준은 너무 낮아서 아쉽다. 여행자라는 캐릭터 설정이 애매 호모한 부분이었다. 타국의 언어를 배워서 소통한다는 것은 외국인이 가지는 최소한의 예의이다. 반대로 종구도 마찬가지로 영어실력이 너무 아쉽다. 요즘은 파파고나 네이버 번역기가 좋아져서 의사소통을 겁내지 않는다. TTS 기능까지 있어서 외국인과의 대화는 더 이상 무섭지 않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작위적인 캐릭터는 이제 그만 만들었으면..?

 

 

우연을 만드는 자

소피는 수영과 종구 부부가 사는 집은 창문으로 인왕산이 보인다. 이런 집에 소피는 나흘 동안 있게 되고 2년 후 블로그에 있던 수영은 소피의 블로그에 있던 자신들의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데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 사건을 억지로 진행시킨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각난 추억을 되짚기보다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사건에서 핍진성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인터넷 세계는 서피스 웹, 딥 웹, 다크 웹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사용자가 접하는 웹은 서피스 웹 즉 표면 웹으로 부르는데 검색엔진은 방대한 웹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웹페이지를 수집한다. 하지만 국가가 다른 소피의 블로그와 종구 부부는 VPN(가상사설망)을 활용하지 않는 이상 아이피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블로그를 보기 힘들다. 그저 소피의 세계에서 편지를 현대의 블로그와 비유하기 위해서 설정 오류를 두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소피가 한국에 있는 블로그를 했겠지라고 하기에는 소피는 한국 문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이며 SNS 세대 네이버 블로그, 다음 블로그만이 블로그 시장에 살아남았는데 과연 젊은 외국인이 옛날에 유행하는 블로그를 할지..? 의문이다. 거기다가 종구 어머님의 암이 우연히 해결되면서 수영과의 갈등도 해결되다니.. 아리스토텔레스 형님이 아시면 관작을 열고 뭐라고 하실 거 같다. 데우스엑스마키나 남용하지 말란 말이야~!

 

코로나 팬데믹 시대 마스크는 필수품?

코로나로 위험한 상황 속에서 우리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다. 근데 신기한 것이 혼자 걸어 다닐 때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다가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할 때 마스크를 벗는다. 저 당시에는 지금보다 방역수칙이 더 엄격했다. 심지어 마스크도 썼다 벗었다 기준이 없다. 턱에 마스크를 걸치고 대화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이런 부분이 완성도에 있어서 많이 아쉬웠다.

 

산이 보이는 집

인왕산이 보이는 집이라는 미장센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그러면서 신혼부부의 주거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가. 왜 집을 나가야 하는지는 이야기가 진행되며 드러나게 된다. 종구의 어머니가 암에 걸리셔서 전세보증금을 빼야 하면서부터 부부의 갈등이 시작된다. 그러나 이 갈등은 종구가 남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자격지심에서 시작된다. 왜냐하면 수영이 이 집을 엄청 좋아하는데 자신 때문에 이런 좋은 집을 나가게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회에서 오는 집 부족 현상이나 전세금 폭증이라는 다른 문제로 생각된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수영이 자신 때문에 이 집을 나가게 돼서 자신을 미워할 거라는 생각으로 갈등이 되는 것이 남자를 너무 속 좁은 남자로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싸우는 것이 소꿉놀이하는 어린애들 싸움처럼 느껴졌다. 성인의 다툼이라고는 너무 착하게 싸우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며..

인왕산과 집과의 관계에서 집에서 보이는 산은 거대하고 크고 자연의 신비가 느껴진다. 하지만 산에서 보는 집은 작고 세밀하게 봐야 겨우 찾을 수 있다. 난 여기서 인간의 삶이란 무한히 큰 우주 속에 작은 먼지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우주라는 자연에서는 아무리 보려 고해도 작게 보이지만 자아라는 내 삶 속에서의 나의 아픔과 슬픔은 거대하게만 느껴진다. 부부의 아픔도 이것처럼 처음에는 집을 나가게 되면 끝일 거 같지만 종구의 어머니 암 문제가 해결되면서 그다음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그 집에서 살아가니 말이다. 사람의 인생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렵다. 병 앞에서 나약해지고 자연 앞에서 작아진다. 그전에는 폭풍처럼 서로 집 문제 때문에 싸우지만 그 이후에는 고요한 듯 지나친다나는 대자연 속에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느꼈다. 어쩌자고 이렇게 큰 자연인가.. 어쩌자고 이렇게 거대한 우주인가.. 어쩌자고 이렇게 웅장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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