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의 영화 "현실을 왜곡된 시선으로"
1편~4편의 관계와 현실
흥미롭게도 이 4부작에서 인물들의 동일성은 온전히 확보되지 않는다. 인물들의 동일성이 깨어지는 것은 부분적이기에 물론 이 네 에피소드의 관계는 단선적인 시간 순서로 온전히 배열되지는 않는다. 처음 영화를 보면서 당연히 이어질 거라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인물이 같으니까! 이것은 착각이었지만 억지로 이어보려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 어쩌면 붙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어질까 1부 이후의 상황은 1부의 주인공인 진구 입장에서 플래시백으로 볼 수도 있다. 1부를 2부의 진구가 꾼 꿈이나 진구가 만든 영화 이를테면 진구의 영화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성적 본능적인 욕망에 차있는 2부의 진구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4부와 2~3부의 관계는 일반적인 시간 순서의 맥락으로 파악하는 데 큰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4부는 아무리 극 중에서 경험에 바탕한 것이라는 전제되어도 2~3부로부터 따로 떨어져서 허구의 틀을 차용하여 옥희가 논평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4부가 2~3부와 맺는 관계가 혼란스럽더라도, 거기엔 상당한 시간의 흐름이 전제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영화 속 영화이거나 영화 속 꿈으로 읽어내도 그렇다. 그리고 에피소드들 사이의 혼란스러운 연대기적 순서와 비논리적인 관계는 시간적 맥락의 과장을 더욱 크게 키워놓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완성된 상태에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3부는 애매하다. 감독은 1-2-4부를 다 찍은 상태에서도 장편영화의 러닝타임 하한선에 가까운 80분에 못 미쳤기에 그제야 송 교수가 중심이 되는 에피소드를 추가로 떠올리고서 3부를 하루 만에 찍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말했다.
홍상수라는 위대한 예술가의 삶
시간에 대한 감각은 필연적으로 정서를 불러들였다. 집사람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 영화의 첫 내레이션 자체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주며 인간이 느끼는 정서의 상당 부분은 변화와 관련된 것이다. 실존 인물이든 극 중 인물이든, 시간을 두고 누군가를 오래 지켜보면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송 교수가 두 차례 뒷모습을 보이면서 걸어가는 장면은 무척이나 쓸쓸하다. 특히 비싼 낙지를 먹고 체한 상태로 식당을 나오는 중에 학교를 떠나는 송 교수에게 학생들이 메시지를 보낸다. 골목길 전봇대에 토를 하며 시원하다 속 시원해를 말하며 그만두길 잘했다 나는 자격이 없다고 말을 하며 걷는 뒷모습이 제일 쓸쓸했다. 그 뒷모습은 마치 위대한 예술가의 삶을 보는 듯했다.
현실을 왜곡된 시선으로
계속해서 현실이 아니라 왜곡된 시선으로 보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았다. 아내가 진구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해프닝의 시작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무언가 암시도 기능을 담당한다고 생각한다. 말실수의 말은 사라지지만 그것을 들은 사람의 뇌 속에서는 기억되기 때문에 들은 사람은 그것을 다시 재조립하며 해석하며 때론 왜곡되며 그것은 현실로 받아들인다. 왜 꼭 현실이라고 생각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주문을 외울 날의 진구가 중얼거린 주문이 생각났다. 현실을 담은 영화에 주문을 외우는 행위가 특별해 보였다. 현실의 팍팍한 삶 속에서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보며 납득이 되었다. 사람들은 꿈을 두 가지로 나눈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 그리고 잠을 자면서 꾸는 꿈 육체의 회복으로 인생의 중요한 잠자는 행위로 꿈을 꾸면서 뇌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 버린다.
욕망을 조각 모음 하며 꿈에서는 슈퍼히어로가 되기도 하며 영화감독이 되기도 한다. 시간은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현실도 지나가면 결국 환상으로 남고 그 기억의 조각들은 결국 뇌의 작용으로 기억되고 꿈에서 재조립되며 현실로 받아들인다. 내 인생에서 잠은 하루 6~8시간이 주어졌다. 이것도 내 인생이니까 현실이 아니겠나 생각한다. 시뮬라크르의 개념처럼 꿈과 현실은 상호 복제하는 게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알약 하나를 먹으면 지금 현실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인간이 평생 자는 시간이 몇십 년일까 생각해 보며 자기 전에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현실과 꿈의 경계선을 영화가 이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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