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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미술가의 연극: 로르카의 피의 결혼 파헤치기

리프 스토리 발행일 : 2023-04-19

무대미술가의 연극 로르카의 피의 결혼

어린 시절 나의 첫 연극

나의 첫 연극은 언제였을까? 어린 시절 학예회 때 학교 교실에서 맨 앞바닥에서 보여주는 이솝우화나 전래동화에 나오는 연극이 처음이었다. 여러 가지로 꾸미어 교실은 순식간에 변하였고 모두들 그 공간을 진짜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하나의 오브제인 나무로 변해있었다. 그것이 첫 무대 위의 미술로써 시작이었다. 그 빈 교실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력은 무대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하나둘씩 채워 넣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진짜 연극들을 보게 되었다. 학예회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무대의 크기와 다양한 미술 세팅과 소품들이 놀라웠다. 특히 배경이 변함에 따라 그 장소는 집이 되기도 하고 감옥이 되었다가 산이 되기도 하고 사막이 되기도 하고 바다가 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거기다 뒤에 있는 공간을 갈 일이 있었는데 배우들이 출입하는 공간을 보며 또 다른 세계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연극적 상상

책에서 무대와 객석 사이에 연극적 상상이라는 비밀 지대라고 말하고 있는데 연극적이라는 게 영화와는 다르게 또 다른 연극의 맛이자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영화도 크로마키가 발달되기 전에는 실제 로케이션을 찾으며 사실적으로 촬영했지만 시대가 발전하면서 마블 영화처럼 실제 없는 장소가 공간을 크로마키나 cg(vfx)로 만들어내면서 웅장한 신화 속 국가도시를 만들어내거나 수만 명이 싸우는 전쟁 장면을 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영화 또한 오히려 연극처럼 상상력이 더 해진 쪽으로 바뀌었으며 그만큼 연극적 상상이라는 것은 엄청난 힘들 발휘 한다..  먼저 극작가는 희곡은 극작가에게 안내하는 이정표라고 정의하고 있다. 연극 작업의 시작은 희곡이 써지는 순간이며 희곡이 있어도 연극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연극 창조의 시작점이 되지 못하고 활자로 남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희곡도 연극인도 만남이 중요하다가 말하고 있다. ‘연출가는 연극 안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조율하며 어느 한 곳 튀는 곳 없이 지휘한다. 그리고 이 모든 작용들이 하나가 되면 무대 위에서 나타나는 순간에서 상상은 현실이 된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희곡 피의 결혼은 무슨 내용이고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García Lorca, Federico)가 누구인가? 피의 결혼은 스페인의 천재적인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의 작품으로 1930년 스페인 연극계는 텍스트로 연극이 중심을 이루었고 조금은 과장된 연기 방법이 일반화되었다. 연극에 대해 고정된 생각과 관점이 있었고 관객들이 좋아하는 비슷한 형식의 연극들이 반복 재생산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런 연극계에 로르카는 시적 이미지와 운율, 음악, 움직임, 현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시공간의 혼용 등으로 새롭게 양식화된 연극피의 결혼을 선보이게 된다. 그의 연극은 미래 연극의 도래를 알리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면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평단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사랑을 받으며 사회적으로 큰 방향을 일으켰고 평단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사랑을 받으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획득하게 된다. ‘피의 결혼에서 중요한 장면마다 사용되는 시적 이미지는 희곡에 내재된 주제와 연결되며 특유의 은유적이며 상징적인 세계를 창조한다. 희곡피의 결혼의 특별함은 당시로는 상당히 진보적이었던 연극 양식뿐 아니라 그 연극 양식에서 스페인 문화의 특성과 민속적인 요소들을 담아낸 강렬한 문화 정체성에도 있다. 희곡을 무대화하는 방법은 다양하며 원작에 충실한 작업은 그 방법 중 하나이다. 원작에 충실한 작업을 하겠다는 것은 희곡 속에 들어있는 근원적인 요소들을 파악하고 해석하여 무대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작에 충실한 작업의 시작은 극작가와의만남이다. 자신의 욕구보다 지적 욕구가 우선 되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처럼 그 시대 그 장소로 가서 가르시아 로르카를 만나고 그가 들려주는 연극 이야기를 들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원작에 충실하겠다는 의지와 작업 자세에도 불구하고 극복하기 어려운 전제 조건이 주어진다. 연극 작업의 특성 중 하나는 익숙하지 않거나 경험해 보지 않은 시대, 국가, 민족, 문화, 관습, 역사, 사건 그리고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작업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내가 무대미술가로서 무대를 준비한다고 상상하며 생각했을 때 스페인 문화에 잘 알지 못하고 스페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문화적으로 스페인의 정체성이 아주 뚜렷한 작가의 작품을 짧은 기간 내에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제한적인 시간 속에서 낯선 시대, 낯선 문화, 낯선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을 그 작가의 관점에서 완전하게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Spain 국기

스페인으로 떠나봅시다.

스페인은 어떠한 나라일까? 스페인은 다른 유럽 국가와 차별화되는 문화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이슬람 문명과 가까운 안달루시아 지방은 역사적,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다른 유럽 국가와 차별화되는 스페인 문화의 특질을 갖고 있다. 가르시아 로르카가 태어나고 성장한 그라나다 지역은 안달루시아 지방에 속하며 그라나다에는 유럽의 가톨릭문화와 이슬람 문화, 유대 문화 그리고 인도의 유랑 문화가 유입되어 공존하고 있다. 처절한 전쟁을 통해 스페인의 지배세력과 피지배 세력이 바뀌기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문화의 유입이 이루어졌으며 비극의 역사와 문화와 감수성을 발전시켜 왔다..

스페인 문화는 이민족의 지배에 따르는 이질적인 문화의 유입과 그에 따르는 갈등과 공존, 결합과 재창조가 이루어지며 다양성과 대조성이라는 문화적 특질을 만들어냈으며 특히 죽음에 대한 독특한 감성과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죽음에 관한 의식을 양식화하여 전 국민이 감상의 대상으로 삼는 ‘투우’라는 고유의 문화도 가지고 있다. 로르카의 희곡피의 결혼에도 그러한 스페인의 문화적 특질이 잘 녹아들어 있다. 스페인 문화의 다양성과 대조성은 여러 문화권으로부터 유입된 문화를 역사적, 예술적 유산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역사적으로 로마의 지배를 거치고, 중세기를 거치는 동안 아랍, 유대 그리고 기독교 문화가 유입되어 스페인 문화에 영향을 마치고, 문화를 융합하고,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다양성과 대조적 이미지가 공존하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죽음의‘ 형식을 국민적 감상의 대상으로 삼는 투우 문화를 가지게 되며 높은 수준의 형식미를 보여주는 투우에서 죽음의 도구는 이다. ‘피의 결혼에서도 황소 같은 장정들의 목숨을 끊는 도구도 이다. 안달루시아 지방은 스페인 특유의 대조적인 이미지가 가장 잘 융합된 지역이다. 특히 로르카가 성장한 그라나다 지역은 스페인을 지배하던 이슬람 세력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지역이다. 그라나다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작은 도시지만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했던 이슬람 왕국의 마지막 수도로서의 위상을 간직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존재했던 한 문화가 다른 문화에 의해 인위적으로 소멸되는 역사적 비극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주체가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바뀌게 되면서 안달루시아 지역의 비극은 반복된다.

 

강박 그리고 냉혹한 비극적인 삶

피의 결혼에는 주어진 운명 또는 제도화된 사회와 인간의 삶이 내포하고 있는 잔인한 폭력성으로 인해 슬프고 냉혹하면서도 비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강박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로르카는 신문에서 남부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신부가 결혼식 전날 밤 옛 연인과 도망치다 신랑이 될 이의 동생과 마주쳤고 그래서 그녀의 연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를 읽었다고 하며 그로부터 5년 뒤에 로르카는 그 사건과 흡사한 줄거리의 피의 결혼을 발표했다. 결혼식을 올린 날 신부가 옛 연인과 말을 타고 달아나지만 그녀는 뒤쫓아온 신랑의 손에 연인을 잃어버리고 그 다툼 가운데서 신랑도 잃은 채 혼자가 되고 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볼 수 없다. 붉고 뜨겁고 끈적한 피에는 두 가지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그것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심장에서 펌핑되어 핏줄을 따라 혈액이 돌 때는 피는 우리를 솟아나게 하고 삶을 욕망으로 끓어오르게 한다. 반대로 피는 싸움과 죽음을 가져오게 하기도 한다. 혼례복을 차려입고 화관을 쓴 신부를 향해 말할 때와 거리 한복판에 쓰러져 있는 아들의 피를 손에 적셨을 때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신부의 집에 붉은 꽃으로 만든 십자가를 걸어 종교적 전통이 사회 구성원에게 부여하는 도덕적 원칙이 강력할수록 사회 구성원의 결속력이 강화되고 결과적으로 같은 생각과 태도를 가지게 됨으로써 원칙을 위배하는 예외적인 사람들에게 공동의 힘을 행사하는 거대 권력이 될 수 있다. 신부와 레오나르도가 달아났을 때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추적함으로써 신부와 레오나르도를 단죄할 수 있는 거대한 권력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처럼 인물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자유로운 인간의 열정과 욕망을 억압하고 개인이 삶을 선택할 수 없도록 강제한다. 인간은 대지를 떠나 존재할 수 없듯,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잘 담겨있었다인간의 삶에서 관여하는 운명이라는 이름의 초자연적인 존재, 인간의 본성에 관련된 문제를 대하는 집단의 반응 등을 볼 수 있어 어떤 사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 담론에 대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사회적인 관습을 따르기 위해 선택한 신랑 사이에서 흔들리다 너무 늦게 자신의 욕망을 따르기로 결정함으로써 두 남자 모두 죽음으로 몰고 가는 비극적인 내용에서 그녀의 인물에 대해 시대 안에서 결정해야 하는 딜레마가 느껴졌다. 이러한 통속적인 틀을 깨는 것이 시대가 변하면서 바뀌는 균열이 틈이 아닐까 생각하고 지금까지도 이런 틈이 새어 나와 천지개벽하는 일이 발생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전체적인 작품의 방향성이 정해지고 난 뒤 무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며 개념에서 공간과 인물로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순차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경우에 따라서 역순으로 작업이 풀려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공간 이미지에서 당위성을 찾는 과정과 다시 정립되거나 오디션을 보고 또한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공간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고 그러한 반복되는 작업을 하며 이미지의 모습이 조금씩 늘어난다.. 자연환경과 순환성을 위해 공간의 흐름, 크기, 거리를 생각하고 공간에 대한 연출 의도와 함께 극장을 조건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원작의 힘을 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무대 세트를 만드는 걸 보면서 와! 이렇게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상 또한 허투루 고르는 것이 아니라 1930년대 속 사실적인 의상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공부와 서치가 필요해 보였다. 영화에서의 좋은 미장센을 위해 로케이션을 밤낮없이 찾는 과정과 흡사해 보였다. 그런데 이 책이 마지막 부분에서 연출이 개인 사정으로 연극 연출을 그만두었다는 내용에서 충격을 받았다. 아니.. 이렇게 힘들게 준비하고 연출이 바뀌면 엄청난 충격과 카오스 상태에 빠질 거 같은데.. 다른 연출이 오겠지만 어쨌든 제일 최악이 아닐까 싶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서 엄청난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한 듯싶다. 창작의 고뇌와 혼이 담긴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해야 관객은 그 시대를 진짜처럼 느끼고 진짜 화학 작용으로 마음을 느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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